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든 소규모의 전문대든간에, 대학은 모두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고 노력합니다. 모두 노력하다보니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대학의 서열이 나뉘게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명문대에 진학한다는 것은 해당 학생이 우수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교육인적자원부 공무원 분들과 자랑스러운 대통령 각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봅니다. 무려 대통령 직접 지시로 서울대를 포함한 각 대학들의 내신명목반영률과 실질반영률이 일치하지 않거나 50퍼센트에 근접하지 않으면 대학들에 대해 재정적, 행정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는 '협박'을 해온 것입니다. 공교육의 근본적인 질을 개선하기보다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학생들을 강제로 공교육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서울대학교


이미 내신이 학생의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각 학교별로 학생들의 수준이 다르고, 교사의 수준이 다르며 따라서 문제의 질에도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수행평가, 주관식 문항 등 교사측에 평가방식 선정 권한을 지나치게 양도함으로써 그 차이는 더더욱 커졌습니다. 게다가 학생들은 교사가 불공평한 평가를 해도 사실상 항의가 불가능합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 결과 내신과 실제 수능 성적의 불일치도가 75퍼센트에 달했다고 합니다(기사보기). 실정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대학들에게 칼을 들이대며 내신 사용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는 공교육에 순종해야 합니다. 특히나 현행 공교육 평가 방법에는 교사 마음대로 학생의 성적을 흔들 수 있는 '태도'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모자라 파일 검사, 단어장 만들기, 노트 필기 등 교사의 특정 학습법을 학생에게 강요하는 식의 평가가 빈번하여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필기를 하지 않아도 공부를 잘할 수 있으며, 미국 생활 경험이 많아 단어장을 만들지 않아도 영어를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은 무조건 특정 학습법을 강요하며, 이는 고등학교 3학년에게도 용서없이 적용됩니다. 결국 이것은 학력의 저하로 이어집니다.

결국 교육부의 속셈은 3년간 공교육에 순종한 학생들에게 그 '보상'으로써 명문대 진학이라는 상을 내리겠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실력과는 전혀 관계 없이요. 누군가 그 엘리트라는 공무원들이 정말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전 믿지 않을 겁니다. 그들의 두뇌 수준이 그렇다면 차라리 초등학생에게 교육부를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일 테니까요. 교육부의 의도대로 학생들이 억지로 저질의 공교육에 집중하고 내신을 위해 순종하게 되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형성을 가로막는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공교육은 안에서부터 썩어들어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경쟁 없이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교육을 보세요. 교사들은 간단한 교원평가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억지로 학교 수업에 집중시키면 발전이 생길까요? 더더욱 질이 낮아질 것이 뻔합니다. 이제는 공교육도 온실에서 빼내어 들판으로 몰아야 합니다. 교육부의 주장에 따르면 '공교육 정상화'의 목적은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는 사교육과 경쟁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내신을 잘 받기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겠죠. 심지어 사교육에서 공교육 교사들의 프로필을 모으고 족보를 모아 시험에 대비하는 일마저 발생할 겁니다.

교육부가, 대통령이 정말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싶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내신 평가를 없애고 학교를 입시기관화하는 겁니다. 교원평가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냥 담당 학생이 얼마나 좋은 대학을 갔느냐로 평가합시다. 애초에 가르치는 사람이 동시에 평가도 한다는 것이 넌센스입니다. 예상문제, 기출문제 하나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공급자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교육도 비지니스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망하는 거지요. 저도 학벌주의는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만 사회 현실을 바꾸기 전까지는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수요에 따라야 합니다. 공교육 정상화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의 다른 이름이어야 하며, 수요, 공급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형태의 '정상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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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현재로선 수능이 최선의 학생선발책

    Tracked from Blogo de Elsa 2007/06/16 17:53  삭제

    고려대에 이어 각 주요대학들이 차례차례로 수능 위주 입시전형을 발표하자 교육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건 내신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입시전형이었다는 거..

  2. Subject: 공교육의 정상화

    Tracked from # 오 블 라 디 # 2007/06/16 20:48  삭제

    Elsa 님의 글을 보고 제 생각도 한 번 적어 봅니다.좋은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정책 결정' ..

  3. Subject: 대학과 교육청의 내신갈등, 대체 내신이 뭐길래?

    Tracked from Burning Corpse 2007/06/16 20:56  삭제

    내신문제는 문제의 질이 조악하다? 당연한 소리다. 현직교사, 교수, 학자 등 수천명이 달라붙어 합숙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수능문제도 매년 이 문제가 뭐가 이상하니 어쩌니 말이 많은데 학..

  4. Subject: 지금은 교육에서 타협이 필요할 때....

    Tracked from 5월의 작은 선인장 2007/06/16 23:49  삭제

    원래 교육에서만큼 답을 찾기가 힘든 경우가 드물다. 또한 교육에서는 어떠한 타협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일부 대학들이 고교 내신 등급을 어느 정도 무시한 상태로 신입생..

  5. Subject: 내신반영비율을 둘러싼 교육부와 대학간의 갈등

    Tracked from 꿈먹는 하마가 되자! 2007/06/20 23:33  삭제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완소내신을 주장하면서 내신반영비율 높이라고 압박을 부리고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4년제 대학에서 고교 내신등급을 무력화시키려는 등 정부와 대학이 부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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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인테일 2007/06/16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교를 입시기관화..라... 내신 평가 없으면 저 같으면 그냥 학교 때려치우고 그 시간에 학원 다니면서 대입 준비나 하겠습니다. 이러면 학교에 아무도 안 나오겠네요. 그냥 100% 자유경쟁으로 해서 공교육이 아예 없어지길 원하는 겁니까?

    • Elsa 2007/06/16 17: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제 말뜻은 적어도 현재 교육부가 강요하는 입시책보다는 낫다는 의미입니다. 그다지 괜찮은 대안이 없다면 차라리 공교육은 현상대로 유지하고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 이름모를 2007/06/16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애들이 전부 나인테일님 같았으면 1~7차교육과정 세대들은 전부 학교 그만두고 학원으로 갔겠군요. 이전의 내신이야 내신뻥튀기로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였으니..

    • 작은인장 2007/06/16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블로그는 아닙니다만...
      글쓴이의 글 쓴 의도를 좀 잘 파악하고 댓글을 달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2. rogal 2007/06/16 17: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 저는 전교조 등의 단체에서 계속해서 내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자신들의 학생에 대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능 위주로 선발하지 않고 내신을 자꾸 높이니 학생들만 더 죽어납니다. 내신도 잘해야 하고 수능도 잘해야 하고 .. 과외는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너무 심하게 실패한 듯 ..

    • Elsa 2007/06/16 1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동감합니다. 내신 강화는 결국 교사들의 밥그릇을 두텁게 할 뿐이지요. 결코 그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습니다.

  3. obladi 2007/06/16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한 번 제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트랙백 걸었습니다.

  4. 지영 2007/06/16 2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이 믿는 주장을 당연한 진실이라는 가정하에 글을 쓰면 반박이 많겠죠

    "공교육의 근본적인 질을 개선하기보다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학생들을 강제로 공교육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이게 왜 노예입니까? 내신 반영을 안한다면 학교는 대강 보내고 학원만 보낼사람들 많이 나올껄요.
    공교육의 노예가 아니라 공교육의 붕괴입니다 이건 -_-;

    "이미 내신이 학생의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게 왜 명백한 사실 입니까?
    어떤 근거로 이게 명백한 사실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데...

    참 어이가 없네요. 3년간 학교 공부 열심히 한게 그저 명문대 가기 위한 순종입니까?

    팩트는 하나도 없고 순전히 가정을 맞다고 또가정을 하고 -_-

    • Elsa 2007/06/16 2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럼 이미 있으나마나하고 학생들은 가서 출석만 채워서 졸업장 받기 위해 가는 공교육은 정상일까요? 다 쓰러져 가는 집을 수리할 생각은 않고 입시제도라는 버팀목만 대충 세워서 지탱하는 것이 옳은 대처인가요? 내신을 보든 안 보든 이미 공교육은 붕괴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공교육을 살리자는 거 아닌지요.
      그리고 6줄 밑에 그 '명백한 사실'에 대한 근거 링크가 있습니다. 설마 저건 단지 불일치일 뿐이고 오히려 수능보다 내신이 정확하다... 그렇게 말씀하시진 않으시겠지요? 수능과 내신 문제는 질부터가 다릅니다. 게다가 다음 문단에서 내신을 신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언급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내용이 너무 적어서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군요.

  5. 작은인장 2007/06/16 2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다 잘 했는데, 딱 두 가지는 잘못한 것 같습니다. FTA와 교육정책이 그것인데....
    뭐 긴 말은 하기 싫고....

    아까 낮에 쓴 글이 있어서 트랙백 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6. 231 2007/06/17 1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육부가 내신 비중을 높이는건 공교육 정상화가 맞긴 한데, 근본적으로는 사교육이 개입할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라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방법일 뿐이죠. 그러므로 공교육이 사교육과 같은 식으로 교육한다면 문제가 있죠. 그 차이가 없다고 인정하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그 내신의 평가 방법이 어쭙잖으니 대학쪽에선 현행 수능을 더 신뢰할 수 밖에 없죠. 음음.

    목적이 사교육비 절감인데, 공교육을 정상화한다고 현재의 경쟁을 더 부추기면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더 커져버리니까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는 그럴 수 있는 칼이 있거든요. 방법을 모를 뿐.

  7. perfect gonzo 2008/05/23 0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배웠다 매우…

  8. mexican freaks 2008/05/23 0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수한 디자인!!